(비평) 나규환, 소통과 종말 사이에서 현실주의적 해석을 꿈꾸는 조각가
- btlzu2
- 202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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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조각가
2012
감상자 없는 예술가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이것은 예술이 예술가의 경험을 통한 어떤 표현의 욕구, 기분 전환의 충동에 의해 규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예술은 의사소통이고 정보이며 그것이 목적했던 전달과 소통이 이루어질 경우에만 성공한 것이다. 조각가 나규환의 작업 또한 '사회 속에서의 미술'과 '소통으로서의 미술'이라는 현실 속에서 구상조각이란 형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예술이 대중과의 만남에 대한 부자유성을 극복하였다. 나규환의 작품은 미술을 통해 변혁을 꿈꾸었던 80년대 한국미술의 사회상과 함께 고도로 미시적이며 내재화한 물질문명을 예고하는 21세기 현대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미술의 상을 제시하는 실천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며 그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나규환은 작업과정의 무게중심을 끊임없이 내부에서 외부로, 다시 내부로 향하며 응축과 확산을 반복하는 작가이다. 현장에서 작업실로, 다시 거리로, 나아감과 멈춤을 반복하며 삶의 집착과 그 에너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끈질기게 추적 해 낸다. 조직사회의 한 부품으로서 개인은 그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한 반성의 기회조차 박탈 당한 채, 초현대 사회 특유의 보편적 삶을 강요 당한다. 현실 속에 파묻힌 인간 군상 속에서 사회를 살아가는 각 개인은 '나'와 '우리'라는 개념과 함께 끊임 없이 정체되고 분열된다. 나규환의 작품은 이 모두의 전형을 찾아 순간 포착에서 부터 상징적인 형상화 시도에 이르기까지 내용과 형식을 전천후로 아우르며 읽어 내린다. 「고시원 새벽밥상 앞에서」,「부부」,「마른하늘의 물벼락」,「끝」,「인간모독」,「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곳 입니다」,「부족한 사람들」,「삼위일체」,「삶은여행」등등. 낱낱의 작품 명제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나듯이 작가 개인의 경험과 사건, 상황 등을 대중에게 작가의 감정과 함께 철저히 이입시키며 불어 넣고 있는데, 이것은 작품과 보는 이, 작가와 사회 간의 적극적 역할을 정당화 함으로써 작품을 통한 상상의 여백을 가능케 한다. 매 순간순간, 상상의 실현 그 너머를 꿈꾸며 소통과 종말 사이에서 현실주의적 해석을 꿈꾸는 조각가 나규환. 그의 다음 작업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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